표절·이중게재 등 가이드라인 상세히 규정

서울대의 `연구 윤리 규정집' 발간은 각 기관별로 존재했던 원론적 규정 가운데 현실적으로 판단이 애매해 자주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해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국내 최초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황우석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서울대가 국내 최초로 연구 윤리 규정을 상세히 정리해 책으로 발간했다.

서울대는 2005년 말과 2006년 초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논문 데이터 조작 사건을 계기로 연구윤리 규정과 관련 제도를 대폭 정비해 왔다.

서울대 연구처는 연구 윤리와 책임에 관한 지침을 규정한 내용을 담은 `연구 윤리 규정집'을 제작·발간해 학내 모든 교수들에게 최근 배포했다.

연구 윤리 규정집은 연구 일반 지침과 연구 윤리 지침으로 나뉘어 구성됐으며 각각에 대한 상세한 개념 규정과 관련 지침이 실려 있다.

연구 일반 지침에는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할 때 인류의 기본 가치 존중, 연구의 진실성과 개방성 유지, 공동연구원의 권리 보호, 생명 윤리 준수 및 동물 보호 유의 등 책임과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연구 윤리 지침 부분에는 연구책임자(책임교수)의 역할, 연구 데이터 관리, 연구 결과의 발표, 보고의 의무, 저자권, 동료 심사, 이해 관계의 상충, 연구 대상의 보호 등에 관한 규정이 실려 있다.

서울대는 `연구자 본인의 동일한 연구 결과를 인용 표시 없이 중복해 출간하는 경우'를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흔히 사용해 온 `자기 표절'이라는 부정확한 용어 대신 `이중 게재'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최근 정치권과 학계에서 표절, 이중게재 등 의혹 제기와 당사자들의 반박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서울대의 `개념 정리'는 다른 대학이나 기관에도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각종 `부적절 발표' 유형 =

서울대는 표절이나 이중 게재 의혹에 대한 판정은 학회 등 해당 학계의 전문가들이 내리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 위·변조 =
실수에 의한 데이터의 오류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서울대는 못박았다.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나 연구 결과를 허위로 만들어 내는 `위조', 연구 재료·과정을 조작하거나 설문조사 의견을 조작하는 등 `변조'는 당연히 심각한 연구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 왜곡 =
설사 데이터가 정확하더라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결과를 왜곡하는 것 역시 연구 부적절행위라고 서울대는 규정했다. 고의로 데이터 일부를 과장·축소하는 것도 왜곡이다.

▲ 표절 =
데이터 표절의 경우는 물론이고 타인의 연구 결과 중 핵심 개념의 일부나 전부를 마치 본인의 것처럼 발표·출간한 경우 사용 언어, 문장, 표현이 다르더라도 연구 표절로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타인의 논문에서 연속적으로 두 문장 이상을 인용 표시 없이 동일하게 발췌해 사용하는 경우 표절로 인정된다. 사용 언어가 다르더라도 마찬가지다. 논문·저서 출간의 경우 타인의 연구 내용을 발췌해 쓸 때도 적절한 인용 부호를 사용해야 하나 학술지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는 있다. 다만 이미 발표된 타인의 연구 결과가 이미 교과서나 공개 출간된 데이터 파일에 게재돼 일반적 지식으로 통용되는 경우는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 이중게재 =
연구자 본인의 동일한 연구 결과를 인용표시 없이 동일 언어 또는 다른 언어로 중복해 출간하는 경우와 대부분의 데이터나 문장이 같은 경우는 이중게재로 연구부적절행위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논문의 경우만 해당되나 학위 논문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 단 논문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모아서 저서로 출간하되 이미 발표된 결과를 충실히 인용하거나 학술지에 실었던 내용을 대중서, 교양잡지 등에 쉽게 풀어 쓴 것은 이중게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짧은 서간 형태 논문에 이어 긴 논문을 추가로 출간하는 경우, 데이터, 해석, 자세한 연구 수행과정 등을 추가하는 경우, 동일한 연구 결과를 다른 언어로 다른 독자에게 출간할 때 원 논문을 인용하는 경우, 선집이나 특집호로 재게재되는 경우도 이중게재가 아니다. 연구자가 학교 당국을 통해 연구 결과를 '지식재산권'으로 등록하는 경우는 이중게재와 무관하다.

◇ 연구 데이터 관리 지침 =

실험 연구의 경우 데이터는 연속적인 쪽(페이지)수가 미리 기재돼 제본된 연구 노트에 펜으로 기록하거나 영구 보존이 가능한 컴퓨터 파일로 보관하는 것이 원칙으로 명시됐다. 연구 노트의 소유권은 학교 당국과 연구책임자에 있으며 연구 결과를 보관할 때 보안이 필요한 경우 연구 노트는 일반의 접근이 불가능한 금고에, 컴퓨터 파일은 접근 암호가 있는 파일 형태로 보관해야 한다. 보관 기간은 논문 출간 후 최소한 2년이며 경우에 따라 길어질 수 있다. 보관된 연구 노트나 노트 내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변조하거나 고의로 파괴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연구부정행위다.

◇ 저자권 =

실제 연구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인물을 공동저자나 발표자에 포함하는 것은 `명예저자'라는 연구부적절행위에 해당하며, 본인이 명예저자가 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행위도 마찬가지로 간주된다. 단순한 연구 정보 교환이나 연구비 수주 등에 도움을 준 경우에는 `감사의 글'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 연합뉴스 (2008-06-27일자) 서울대 연구윤리 관련 `개념 정리' 기사 중에서

관련 행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