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 다리 비아(Via Duc)

파리를 두 번째 방문하면서 재미있는 곳을 발견했다. 리용역 동북측의 바스티유 광장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가로인 아브뉘 도메닐(Avenue Daumesnil)의 9번지에서 129번지에 이르는 약 1킬로미터 구간에 위치한 비아 데자르의 재생작업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1970년대까지 근 100년간 철길로 사용되다가 철도 운행이 정지되고 나서부터 철길 아래의 아취공간은 점술사와 자동차 수리업체들이 들어차 음침한 곳으로 변하고 말았다. 1980년대에 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1990년 파리시의회는 비아 재개발 방향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 후 개발주체인 파리동부개발공사(SEMA EST)가 추진하여 1995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약 1년만에 비아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된다.

중세때부터 다양한 공예품을 제조하던 이 지역의 역사적 특성을 살려 아취형 기존 다리 모습을 그대로 살려서 각 아취 공간마다 미술관, 미술 공구상, 고급 가구점, 조명기구 판매점 등 고급 상가로 탈바꿈하게 된다. 전위적인 작품들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취 상부의 철길부분은 화단과 산책로로 조성하게 된다. 약 1킬로미터에 달하는 산책로에는 조깅을 즐기거나 산책하는 노부부를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비아 개발을 맡았던 파리동부개발공사는 현재 사업구간을 동쪽으로 더욱 연장하여 약 4-5킬로미터에 이르는 예술의 거리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 1] 고가도로 밑을 살린 비아 전경
[그림 2] 길 건너에서 바라본 비아	[그림 3] 산 책 로

[그림 4] 가까이에서 본 비아 상가

□ 고미술픔 전문상가로 되살아난 쌩폴(St.Paul)

어떤 침체된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근본 적인 문제해결의 방법은 아니다. 주변의 환경과 동떨어진 개발자의 이익만을 고려한 개발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이러한 재개발은 흔치 않다. 다음 편에서 논할 레알시장의 재개발이나 퐁피두센타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기존 도시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새로운 동기만 부여함으로 도시를 재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400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은 근본적으로 우리와 다른 사고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쌩폴이 대표적인 곳이다. 바스티유광장에서 보쥬광장을 지나 시청사 바로 못 미쳐 위치한 쌩폴은 매우 낙후된 곳이었다. 그리 넓지 아니한 블록을 정하여 1층 상가에 고미술품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건물과 건물의 작은 골목길을 따라 상점과 찻집이 들어서고 그 중앙에 작은 광장을 두어 번잡한 바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게 하였다.

그래, 인사동의 고미술 상가를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야 해! 돗떼기 시장처럼 현대와 전통, 미술품과 생활 용품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인사동을 이런 분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물론 현재의 인사동을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면 인사동의 전통문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어줍잖은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본다. (1999. 8)

[그림 5] 쌩폴 안내표석	[그림 6] 쌩폴 진입구	[그림 7] 쌩폴의 고미술 상가

* 본 글은 “윤혁경의 건축법해설 홈페이지(http://www.archilaw.org) 나의 이야기 > 도시탐험”에서 발췌된 글로써, 일부 내용은 현재 법령등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