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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탐험 - 정말 걷고 싶은 도시 - 슈투트가르트(독일 출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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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2008. 3. 7
도시탐험 - 정말 걷고 싶은 도시 - 슈투트가르트(독일 출장기)

 

□ 독일의 작은 전원도시

슈투트가르트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르세가 생산되는 공업도시이면서도 독일의 대 표적인 문화도시이다. 19세기 초 알렉산더 훔볼트가 세계에서 아름다운 7대 도시 중 하나로 꼽았을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야외 맥주 집에서 바라다본 슈투트가르트는 숲속의 궁전,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 았다.

그러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최대의 피해를 입은 도시이기도 하다. 고대도시 이면서 근대 건축물도 적지 않다. 그만큼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곳은 독일의 유명한 극작가 실러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달리·뭉크·모네 등의 작 품을 전시하는 Neue Staatsgalerie 미술관도 있다.

□ 정말 독일다운 모습

파리를 출발하여 슈투트가르트 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입국심사다 뭐다 하여 번거롭 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를 했는데 그냥 버스터미널에서 내린 것처럼 공항을 나올 수 있었다. 3년전만 하더라도 여권에 입출국 스탬프를 찍었는데, 유럽 통합으로 그 모 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공항 화장실에서 독일과 첫 대면을 하였다. 그 문이 얼마나 육중하고 둔탁하던지 거짓말을 보태어 젖 먹은 힘을 다해야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정교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이 도로에 면해 있었는데 방음시설이 얼마나 잘 되 어 있었는지 창문을 열기 전에는 전혀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맛은 없 지만 실용적인 그들의 모습을 시설물, 가구 하나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 차없는 거리, 쾨니히슈트라세(K nigstra e)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서 시청에 이르기까지 약 23만평의 넓이에 약 1.4km에 이르 는 걷고싶은 거리가 1960년대부터 조성되어 있다. 원래는 버스가 통행하는 중심도 로의 역할을 하던 곳이었는데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시키고 5층 이하의 상업시설을 배치하여 쇼핑과 문화 위락을 즐기게 하였다. 이곳까지의 접근은 주변의 도로를 이 용하게 하고, 차량의 통행은 금지시켰다. 아무도 불만스러워 하지 않았다.

마치 명동을 뻥튀긴 것처럼 넓은 보도광장을 중심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 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젊은이들의 거리 공연도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 지다. 대학로의 그 모습 그대로이다. 나무아래의 벤취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 도 심심찮게 보였다. 거리 카페는 유럽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다분히 인위적인 보행거리라는 점이 약점으로 보이긴 하지만 오랜 연륜 때문인지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슈투트가르트 대학교를 방문 트립(Michael Trieb)교수와 1시간을 넘게 슈투트가르 트의 도시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의 제자 Ulrine양이 3시간을 넘게 우리를 곳곳으로 안내했다. 보행거리를 비롯하여 슈투트가르트의 중심시설을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녔다. 재 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건축물들의 1층은 피로티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피로티를 따 라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우리에겐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닥아왔다. 외부에서 피로티를 따라 중정으로, 중정에서 다시 피로티를 따라 도로로 연결되는 공간은 연속된 상가를 만나게 하면서 사람을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림 1] 쾨니히슈트라세 전경
[그림 2] 거리의 다양한 이벤트들

□ 재래시장 되살리기, 마크트 할레

재래시장에 가면 시장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어릴적 시장 에 대한 추억은 정겹고 풍만한 그것이리라. 시장에서 풍기는 냄새는 참 특이하다. 시장입구 한과집 앞에서 한참동안 넋을 잃고 과자 만드는 걸 구경하고, 생선가게랑 정육점, 옷가게를 지나 떡집과 중국집 짜장면 냄새,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재래시장에 대한 우리의 추억이다.

재래시장은 냄새, 소리, 모양과 빛깔들의 고유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잠실 새마을 시장, 삼선교의 삼선시장, 성남의 모란시장, 남대문, 동대문시장은 그들 나름대로의 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기억되는 재래시장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장바닥에 펼쳐지던 시장이 고층건물 내부로 채곡채곡 쌓여 서는 그 맛을 잃을 수밖에 없다. 낡은 시장을 싹 쓸어내고 새로 짓는 대신, 조금씩 고쳐 새롭게 탄생시키는 지혜를 슈투트가르트시 마크트 할레에서 배울 수 있었다.

마크트 할레는 커다란 낡은 창고건물 안에 재래시장을 그대로 복원시킨 곳이다. 안에 들어서면 온갖 종류의 과일과 생선, 물건들이 가득히 진열되어 있고, 건물 벽 쪽으로 둘러쳐진 난간에 올라서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시장풍경이 한눈에 들어온 다. 마크트 할레 인근에 대형백화점과 편의점들이 몰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슈투트가 르트 시민들과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정취를 즐기며 물건을 고른다.

마크트 할레 입구에는 노천까페를 두어, 쇼핑을 마친 시민들이 잠시 걸터앉아 시 원한 맥주를 한잔씩 즐길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낡은 재래시장을 아주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되살린 지혜를 보면서, 하나 둘 씩 사라져 가는 우리의 옛 시장들 생각에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시장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저층은 현대화된 백화점식 매장을, 윗층엔 아파트로 건립 하도록 획일화된 정책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시장 재건축이 반드시 현대화로만 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독일 사람들의 재활용 정신, 그것 은 건축물에서도 마찬가지임을 발견하였다. (1999. 8)

[그림 3]마크트 할레 앞 노천까페
[그림 4] 마크트 할레 내부


* 본 글은 “윤혁경의 건축법해설 홈페이지(http://www.archilaw.org) 나의 이야기 > 도시탐험”에서 발췌된 글로써, 일부 내용은 현재 법령등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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